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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사이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사람들은 꽃길만 걷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올바른 길 쭈욱 뻗어진 길도 있지만, 돌고 도는 길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쁜 꽃은 쉽게 시들기 마련이며, 아름답기는 하지만, 연약하여 쉽게 지기 마련입니다. 철이 지나가 버리면 말이죠! 

하지만, 잡초도 꽃입니다. 아무리 짓밟아도 다시 살아나는 잡초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위어 자라난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 보다는

휘청 굽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이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대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울지 말고 가는 길입니다. 

서로가 길이되어 가는 길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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